2020/10/09

임신 초기에 부부가 해야 할 일 [아빠의 관점에서 본 출산]

임신 초기에 부부가 해야 할 일 [아빠의 관점에서 본 출산]

임신 축하드려요 : )
아마도 이글은 처음으로 아이를 갖게 되신 분 혹은 첫 아이를 갖게 되실 분께서 보고 계실 테지요.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근두근 긴장도 되는 지금,
여러분보다는 조금 앞선 경험자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아니지만,
미리 준비해두면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천천히 준비해가요.

공부 합시다

공부라고 하기에는 조금 거창한 것 같지만,
초기에 미리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지식을 미리 쌓아두면 좋습니다.
첫 출산인 만큼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많아질 테니까요.

하지만 혼자서 책만 보고 공부하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요.
누군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설명해주면 더 이해하기 쉬울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럴 때 출산과 관련된 강의에 한 번쯤 참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일단은 기분 전환이 되며
같은 예비 부모들이 모이므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어요.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안심되잖아요? : )

이런저런 강의가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강의는
지자체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임신 출산 교실입니다.

가장 좋은 점이라면 무료로 진행된다는 점이에요.

공부를 일찍 시작하듯이 강의도 미리미리 참가하면 좋은 점이 있어요.
병원에서라면 비용이 발생할 산전검사나 산모 건강검진 같은 것을 보건소에서 무료로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런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뒤늦게 참석하는 바람에 병원에서 이미 검사받은 후에 이런 정보를 얻어봤자 무용지물이 될 뿐이죠. 검사 내용에 따라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항목도 많기 때문에 기왕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검사라면 무료로 받고, 아낀 비용으로 배우자와 맛있는 외식이라도 하며 좋은 시간 보내는 게 훨씬 좋지 않을까요 : )

다만, 2020년 10월 현재
‘코로나 시대’에 따라 이전과 같은 집단 모임 개최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개최가 된다고 한들 감염 위험이 있으니 참가하는 것도 꺼려지고요.
그래서 비대면 방식으로 온라인 교실로 운영을 하기도 합니다. 
각자 지자체 보건소를 통해 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모임은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긴 기간 진행되지 않으므로 어떤 모임이 언제 개최되는지 알아두고 일정에 맞춰 부지런히 참가 신청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넷 검색할 때에는 ‘oo(사는 지역) 임신 출산 교실’로 검색하시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텐데요, 인터넷상에 해당 지역 정보가 없는 편이라면 보건소나 동사무소, 구청 등에 전화 문의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한눈에 보는 복지정보와 같은 사이트를 참고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임신 출산 교실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3시간 정도의 프로그램이었고, 병원에서 개최한 강의로 해당 병원 간호사와 조산사가 강사로 나와 진행되었습니다. 아이 갖는 것이 처음인 예비 엄마와 아빠가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자세히 알려주셨고, 혹여나 강의 내용 중에 나오지 않는 것들은 질문 시간을 통해 친절하게 말씀해주셨어요.
저도 몇 가지를 질문했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 )
분명 지금이라면 신경도 쓰이지 않을 아주 작은 것들을 물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소한 것들도 모두 걱정됐었기 때문에 과거의 내가 이해돼요.
더군다나 양가 부모님이 모두 멀리 떨어져 계셨거든요.
3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것저것 불안감이 가득했던 우리 부부에게 큰 안정을 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들 스스로 우리 아이 잘 태어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길 정도로요.

임신 초기 출산

병원 결정합시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출퇴근 때문에 평일에는 진료받기 어려울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오히려 주말 진료받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10개월 후 현재 거주지에서 그대로 출산을 하는 경우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상경 출산을 또는 고향에 내려가서 출산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남자 의사보다는 여자 의사를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아 다른 진료도 함께 받을 수 있는
큰 병원에 다녀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산모 상황에 따라서 많은 변수가 있으므로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하며 조사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까운 지인 중에 먼저 경험 분들에게 듣는 것이 가장 생생한 정보라고 생각하지만, 지인이 없어서 어려울 때는 맘카페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넘쳐나는 정보 중에서 내게 맞는 옥석을 잘 가려내시길 바랍니다.

제 경험으로는 ‘거리’가 ‘담당의와의 궁합’만큼 중요했습니다.
산모가 아닌 일개 남편인 제가, ‘제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첫째가 출산할 때까지 모든 진료에 동행했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딱 한 번 빼고. 만약 아내가 혼자 다니게 될 상황이었어도 거리는 가장 중요한 판단 조건이었을 거에요. 아내 홀로 멀리 보낸다는 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혹여나 좋은 병원이 있다고 해서 거리가 먼 곳으로 다닐 것을 고려하는 아내 모습을 보았다면 반대했을 겁니다.
다니던 병원보다 30분 정도 거리가 먼 산부인과로 한동안 다니게 된 적이 있었는데, 굉장히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우리 여건상 주말에는 다니기 어려워 평일 진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조기 퇴근해서 가는 날도 있었기 때문에 서로 일정 조절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 중 하나였고, 진료가 길어지거나 하여 돌아오는 길에 퇴근 시간과 겹치기라도 하면 이동하는 시간은 더욱 늘어나 오가는 것만으로도 피곤할 정도였습니다. 담당의가 무척 상냥하신 분이고, 깨끗한 병원이었지만 매번 고생스럽다고 느꼈을 정도로 진료받는 날이 부담으로 다가오곤 했었습니다.

현실적인 생각도 해봅시다

기쁘고 기쁜 기분을 즐기기만 해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훗날을 위해 경제적인 부분도 생각해야만 합니다.
지금 당장은 아직 지출이 많지 않습니다.
임신 초기에는 진료 비용 정도만 평소 생활비에서 더 지출이 생기는 정도이지만,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아이 용품 구매로 많이 비용이 들어가게 됩니다.

특히 첫 출산을 앞두고 많은 부부는
처음이니까 완벽하게 준비해야 해,
다 우리 아이를 위해서니까,
라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과도하게 아이 용품을 준비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불필요한 지출 생기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성 육아 용품

많은 유아용품을 준비하는 것만이 아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각자 가치관과 구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남이 함부로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어디서 누가 쓴다고 해서, 누가 추천했다고 해서라는 단순한 이유로 유아용품을 모으는 건 피하는 게 좋습니다.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자리만 차지하게 될 수도 있거든요.

꼭 내게 필요한 물건일지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녀의 모습을 예상하며 상상한다는 게 어려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거 없으면 애 못 키울까? 라는 생각으로 조금은 깊이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고민 고민 끝에도 정답을 내릴 수 없다 싶을 때는,
엄마 찬스를 한번 써봅니다.
물질적인 것을 요구하기 위한 찬스가 아닙니다.
부모님께 조용히 한번 여쭤보는 거예요.

엄마 나 키울 때 이런 거 썼어? 라고요.

아마도 대부분의 어머님, 아버님께서는
우리 때는 그런 거 없이 너희들 잘만 키웠다
혹은 비슷한 거 썼지 라는 대답하시지 않을까요 : )

꼭 남이 쓴다고 해서 어떤 똑같은 물건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중에는 정말로 내 육아를 편하게 해줄 물건이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지금 당장 내 손에 있지 않아도
때가 됐을 때 필요함을 느껴 구매해도 늦지 않습니다.


막연하게 유모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기 = 유모차를 탄다
길거리에 나가보면 아기들이 유모차에 타고 있으니 그랬던 것 같아요.

아무런 고민 없이 유모차를 알아보던 어느 날, 마침 장인어른께서 유모차를 사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거절하는 척 한 번 하지 않고 감사히 덥석 받았습니다 : )

몇 달이 흘러 기다리던 출산, 그리고 대망의 유모차와 첫 나들이.
들뜬 마음에 유모차에 태웠습니다.

그런데 애가 너무 싫어해요. 계획에 없던 일이었어요.
그나마 신생아 때는 복불복으로 한 번씩 얌전히 타고 있을 때도 있었지만
커갈수록 더 타기 싫어하는 거예요. 애는 점점 무거워지는데도 말이에요.
장인어른께서 첫 손주라고 타이어도 큰 거 달린 좋은 걸로 사주셨는데 애가 계속 거부합니다.
내일은 타겠지, 좀 더 있으면 타겠지 싶었는데
조금 더 크니 이제 자기 잘 걷는다고 안 타줘요.
가끔 생뚱맞게 유모차가 필요 없는 장소에서 타고 싶다고 합니다.
장난감 같이 쓰려고 해요.

결국 유모차는 작년부터 장인어른 댁 한쪽 구석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덩치 큰 애물단지가 되어, 가죽 손잡이가 점점 벗겨져 가며.
아내와 종종 이야기합니다.
어차피 짐만 싣고 다녔는데, 유모차는 차 트렁크 한쪽 구석에 넣어놓고 필요할 때만 대충 꺼내 쓸 수 있는 작은 거 하나 있었으면 충분했겠다고.

지출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에서 받을 수 있는
출산에 따른 수당 등 혜택은 없는지도 꼼꼼히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임산 출산 교실이 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평소에 놓치고 있던 혜택 정보를 강의를 통해 얻게 될 때도 있습니다.

가사 분담을 미리 정해놓자

안정기를 지나면 나날이 배가 커지게 됩니다.
움직임이 예전만큼 가볍지는 않을 거예요. 자는 자세에서도 점점 불편함을 느껴가는데 평소 활동할 때는 오죽할까요?

요즈음에는 가사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는 남성이 늘고 있어
가사 분담하는 가정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혹시 그렇지 않은 부부라면 미리 협의해 놓으면 좋습니다.
직장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정확히 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혼자 마음속에 불만을 쌓아두기만 하다가 나중에 터져버리면 더 곤란하니까요. 평화롭게 정할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잘 못 하는 걸 맡기면 의욕만 떨어질 뿐이니 되도록 배우자가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만한 것을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남성 육아 가사

밥만 주시면 돼요

고양이 같은 성향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고양이처럼 예쁘게 생겼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냥 조금 깔끔을 떱니다.
그래서 깨끗하게 해야 하는 것들 예를 들면 청소, 빨래, 설거지, 놀러 갔다 와서 뒷정리 같은 것들은 아내가 하려고 해도 애당초 먼저 손을 내밀어서 하였기 때문에 대부분 제가 하게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요리 외 나머지 단순 가사는 모두 도맡아 하게 되었는데, 불만은 전혀 없습니다. 욕실 청소를 더 제대로 하고 싶어 고압 세척기를 들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요리가 가장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하기에 오히려 아내가 요리해주는 것만으로 정말 고마운 마음입니다.

아내도 마찬가지로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라면 제가 하던 가사 일을 함께 도와주는 흉내라도 내려고 했지만, 임신 후에는 그것도 좀처럼 하기 어려워진 듯이 보였습니다. 대신 고맙다는 말을 자주 표현하곤 했습니다. 심한 입덧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 두통, 무거워진 몸. 임신이 가져온 많은 변화에 마음같이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새삼 느꼈던 건 아닐까요.

지나와서 지금 생각해보면 가사 일로 다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라면 우리 집 가사 분담에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 출산.

임산 초기는 이벤트 개막에 해당하는 가장 중요한 때입니다.
무엇보다 항상 몸 관리, 마음 관리를 소중히 하며
부부 두 사람이 많은 대화로 차근차근 성공적인 이벤트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